교육학개론

교육학개론에서 말하는 침묵

myinfo3024 2025. 5. 7. 22:54

교실 안에는 매일 수많은 소리들이 오고 갑니다.
학생들의 대답과 교사의 설명, 칠판을 긁는 분필 소리까지..

교육학개론에서 말하는 침묵


하지만 그 가운데 들리지 않는 침묵이 있습니다.
질문을 던졌을 때 아무도 손들지 않는 순간, 발표하라는 말에 눈을 피하는 아이들과 한쪽 끝에서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학생들..
이런 침묵은 자칫 관심 밖으로 밀려나기 쉽지만, 사실 그 속에는 아이들의 감정과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듣지 못한 목소리가 아니라 아직 표현되지 않은 말들이 교실 어딘가에 머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침묵을 무시하거나 없애려 하기보다는 그 속의 의미를 다시 읽어내는 교사의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침묵은 단순한 무반응이 아니라 표현의 또 다른 방식이다

어떤 이들은 교실에서 나타나는 침묵을 소극적 태도 혹은 참여 부족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침묵이 거부나 무관심의 표현인 것은 아닙니다.


어떤 아이는 마음속으로 생각이 너무 많아서 말을 미루기도 하고, 어떤 아이는 말로 표현할 준비가 안 되어 침묵으로 반응하기도 합니다.
특히 낯선 환경이나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으로 말 대신 침묵을 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이러한 침묵도 여전히 교육의 언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만 소리 내어 들리지 않을 뿐..
교사는 이 침묵이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침묵을 표현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교육의 해석을 바꾸는 데에서 출발합니다.
가만히 있는 모습에서 불안이나 두려움, 혹은 조용한 몰입의 상태를 볼 수도 있습니다.
한 아이가 침묵을 택했을 때 그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말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지키려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침묵을 결핍이 아닌 또 하나의 언어로 인식할 때 교사는 학생의 마음을 훨씬 더 세심하게 들여다볼 수 있을 것입니다.
즉, 우리가 듣고 싶은 말보다 그 아이가 하고 싶은 말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먼저 침묵의 자리에서 멈춰 서야 합니다.

 

교사의 말투와 수업 분위기가 침묵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학생이 침묵하는 이유는 단지 내향적인 성격 때문만은 아닙니다.
때로는 교사의 말투와 수업의 전개 방식, 교실 분위기 자체가 말을 어렵게 만들기도 합니다.
특히나 정답만 요구하거나 틀린 대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업은 학생이 실수를 두려워하게 만듭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평가될까 망설이는 아이에게는 침묵이 가장 안전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사가 먼저 말을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학생의 다양한 반응을 열어두는 수업이 필요합니다.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가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어야하며, 침묵이 소리내는 말로 전환되는 경험이 시작될 것입니다.

 

가벼운 농담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위축의 기억이 될 수 있고, 지적이 의도치 않게 침묵을 고착화시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교사는 자신의 말투가 교실 전체에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늘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건 왜 몰랐니’라는 말보다 ‘여기까지는 잘 따라왔네’라는 격려가 학생의 마음을 여는 데 훨씬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교실의 언어는 배움의 환경을 결정합니다.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려면 그 표현을 존중받는 경험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말 한마디가 마음을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침묵을 해석하기보다는 기다리는 태도가 필요하다

교실에서 침묵을 만났을 때 가장 쉬운 반응은 그 침묵을 해석해버리는 일입니다.
'아무 말이 없으니 관심이 없을 거야' 혹은 '말이 없는 걸 보니 준비가 안 됐구나'라고 말이죠.
하지만 교사가 침묵을 마음대로 해석해버리면 학생은 더욱 말을 잃게 됩니다.
진짜 필요한 것은 침묵을 견디는 시간입니다.
학생이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교사의 여유, 조용히 다가가 눈을 마주치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배려 속에서 침묵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실제 저희 아이들을 키울 때 첫째는 표현력이 좋고 말하는 행동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서 의사표현을 자연스럽게 하며 자랐지만, 막내 아이는 표현이 서툴러서 말보다는 침묵을 택하는 아이었습니다.

한 날은 너무 궁금해서 막내에게 답답하지 않냐고 물어보니 그러한 순간에서 본인은 순간 머릿 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아무 표현도 떠오르지 않지만, 선생님이나 엄마가 말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조금씩 표현할 단어들이 떠오르게 된다고 하면서 침묵은 본인에게 필요한 시간이라고 하더라구요.
이러한 기억을 떠올렸을 때 모든 침묵이 즉시 해소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교사의 성찰이며 기다림의 교육이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교사는 학생의 침묵 앞에서 조바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모든 질문에 즉각적인 대답이 필요하지 않다는 전제 위에서 교실은 조금 더 부드럽게 흐를 수 있습니다.
기다림은 단순한 시간의 경과가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그 기다림 속에서 학생은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고 교사의 조용한 지지 속에서 자신감을 회복하기도 합니다.
말할 준비가 되는 순간은 각기 다르고 그 속도는 누구도 대신 정할 수 없습니다.
기다려주는 교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이들은 언젠가 말하고 싶어집니다.

 

교실의 소통은 말보다 분위기에서 먼저 시작된다

진짜 소통은 말이 오가기 전부터 시작됩니다
눈빛, 몸짓, 공기의 흐름
이 모든 것이 교실 안에서는 언어 이상의 언어가 됩니다.
학생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실수해도 괜찮다고 느끼는 공간이 먼저 만들어져야 비로소 말은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그 공간은 교사의 태도에서 비롯됩니다.
아이의 말에 반응하는 방식, 작은 질문을 대하는 눈빛, 침묵하는 아이를 다그치지 않는 여유..

이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로 전달됩니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말할 수 있게 만드는 분위기입니다.

 

언어로 시작하지 않는 소통은 눈맞춤과 미소 혹은 어깨에 살짝 손을 얹는 행동으로 이루어집니다.
그 순간 학생은 자신이 환영받고 있다는 감각을 느낄 것입니다.
교실의 공기는 말보다 먼저 마음을 움직이죠.
그 분위기가 긴장으로 가득 차 있다면 아무리 부드럽게 질문해도 아이는 쉽게 말문을 열지 못합니다.


반면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릴 수 있고 실수해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교실에서는 말이 저절로 흘러나옵니다.
분위기는 가르침 이전의 준비입니다.
그 준비를 만드는 것은 교사의 매일의 태도입니다.

 

 

침묵을 존중하는 교실은 말이 자라는 공간이 된다

침묵을 존중받은 아이는 언젠가 자신의 말도 존중받을 수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교실은 아이의 말만 키우는 곳이 아니라, 아이의 침묵도 함께 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침묵을 무시하거나 불편해하지 않고 하나의 상태로 받아들이는 교사의 자세가 결국 더 깊은 말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만들어줍니다.
학생은 말을 강요받지 않을 때 말하고 싶어지고 침묵이 허용될 때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말은 자라날 것입니다.
조용한 기다림과 따뜻한 시선 속에서 교실은 말과 침묵이 함께 살아 숨 쉬는 배움의 장소가 됩니다.

 

말을 강요하지 않을 때 학생은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씩 키웁니다.
침묵이 허용되는 교실은 실패도 감싸주는 공간이 됩니다.
그래서 말하기보다 먼저 필요한 것이 말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입니다.
교사는 학생의 침묵을 지워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함께 머물 수 있는 장면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조용한 아이가 마음을 열고 말을 시작했을 때 그 말은 억지로 끌어낸 말보다 훨씬 깊고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아이의 말은 자라납니다.
아이의 그 자람은 침묵을 품어준 시간에서 시작될 것입니다.